마실

아트페어에 걸린 S의 그림을 보러 아침부터 성수동에 갔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네라고 하던데, 처음 방문했다. 전시장은 잠깐 머물고 나와 그 동네 주변을 걸어보았다. 낯선 동네에 낯익은 풍경들이 널려있다. 서촌, 익선동, 을지로, 그리고 또 다른 오래된 거리들에서 보아온, 비슷비슷한 모습의 새로 들어온 가게들이 기존 골목과 이질적으로 섞여있는 풍경이 여기도 연출되어있다. 저런 모습이 유지될지, 새로운 것들이 과거의 모습을 잠식할지, 아니면 잠시 머물렀던 금니가 빠져버린 입속 모습으로 남을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영영 낯선 동네일 것 같다.

K와 점심이나 먹으려 연락을 해 보았지만 답이 없어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날이 좋아 좀 걸을 요량으로 을지로 입구에 내렸다. 집가는 길에 송화단을 사러 북창동을 들렸다. 항상 가던 가게가 없어졌다. 아직 남은 중국식자재상이 있어 한 상자 살 수 있었다. 이곳도 느리지만 변해가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칼국수나 한그릇 먹고 들어가려 했지만 역시나 길을 잘못 택해 집앞까지 왔다. 강남역 앞에서 2년 사는 동안 내내 그 지하상가에서 항상 방향을 잃었던 내가 남대문시장의 미로를 풀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딘지 몰라서 두리번거리는 재미는 내내 즐길 수 있겠다.

그래서 저번 그 중국집에 다시 갔다. 다시 짜장면을 주문했고, 알게되었다. 아이고, 그냥 흔한 짜장면이다. 익숙한 몸상태로 두 번만에 익숙해진 그 짜장면을 먹고, 내일 놀러올 친구들에게 대접할 삼겹살 세 근을 익숙해질 정육점에서 사서 집에 왔다. 나이 들수록 적응이 힘들다는데, 나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동네만 잘 찾아다니는 것인지, 알게 모르게 적응형 인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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