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회현동으로 이사왔다. 먼 거리가 아니기에 큰 가구 말고는 내가 직접 차로 짐을 옮겼다. 월요일 부터 사흘간 왕복을 반복하니 힘에 부친다. 짐이 많아진 것인지, 내가 늙은 것인지, 이 년 전 보다는 훨씬 힘든 것 같다. 지하 주차장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기에 더워 반팔만 입고 일했는데, 저녁에 다시 일하기 위해 장비를 충정로에 놓고 나와보니 춥다. 어차피 옮겨야 할 패딩이 있었지만, 입고 나서면 걸인 꼴일 것 같아 그냥 나왔는데, 나만 꽃샘 추위에 옷 없는 거렁뱅이 모습이다. 버스를 타고 염천교를 건너 금방 회현역으로 왔다. 대로 뒷길을 통해 이사한 집에 오려 했지만 길을 잘 못 들어 본의 아니게 새 동네 구경을 했다.
남촌 어쩌고 하는 안내판들이 붙은 걸 봐서 조선시대에 남촌으로 불리던 동네인가 보다. 자연스럽게 발생한 오래된 골목들의 느낌이 서촌과 닮아 있다. 배고픈 김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집과 가까운 곳에 중국집과 돈까스집이 나란히 있다. 고민하다 중국집에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바쁜 중국말들과 함께 북적이는게 유명한 화상인 듯 하다. 나와서 돈까스 집으로 가려는데 붙은 테이블을 띄어서 자리를 마련해 준다. 유명한 메뉴가 있는지 짜장면 먹는 테이블은 없지만 난 짜장면. 금방 나온 내 식사는 항상 내 머릿속에 있는 짜장면의 모습이었고, 맛 역시 아주 어릴적 부터 기대하던 짜장면의 맛이었다. 그게 좋았다. 그래서 정말 맛있었다. 오랜 기간동안 쌓아져 와 중국집을 가기 전, 젓가락을 들기 전 기대하는 맛은 분명 내 뇌와 미뢰에 각인되어 있지만, 이를 충족해 주는 짜장면은 오랜기간 만나지 못했다. 오늘 먹은 모양새도, 꾸미도 너무도 평범했던 육천원짜리 짜장면은 그 기대를 완벽히 보답해 주었다. 입장한 지 십 분도 안되어 나와 골목길을 보니 괜히 정겹고, 이 동네가 마음에 든다. 이사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좁은 서울 구도심 안 이기에, 충정로 보다 조용한 주거지를 바란 기대 말고는 이 동네에 대한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짜장면 한 그릇으로 애착이 생기는 것 같다. 다만 요사이 며칠 끼니도 못 챙기며 노동했던 내 몸과 혀의 상태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조만간 한가한 시간에 다시 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