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이 년 가까이 잘 피했던 코로나에 결국 걸렸다. 그동안은 외부활동이 거의 없어 걸릴 일 자체가 별로 없었다. 최근 어쩔 수 없이 집 밖에서 활동을 해야 했는데, 오래전 맞은 백신 한방으로 막기 어려웠던 것 같다.

올해 마지막 여행으로 떠난 강원도에서 몸에 이상을 느꼈다. 목 디스크 여파라고 생각해서 아쉬움에 계류도 억지로 타며 버텼는데, 마지막 날엔 아침도 거의 못 먹고 출발해야 했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몸 상태로 운전해 겨우 돌아와 체온을 재니, 붉은 경고등과 함께 사십도가 찍혀있다.

코로나 확진 뒤 격리 생활은 인후통이 겨우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심했던 것 말고는 큰 문제 없이 지나갔다. 지금은 격리도 풀리고, 통증도 거의 없지만 묘한 후유증이 남았다. 너무 피곤하고 졸립다. 지난 반 년 동안 거의 잠을 못 잤는데, 지금은 견딜 새 없이 잠들어 버린다. 몸이 이제 한계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 덕택인지 집 나간 정신도 좀 돌아오고 있다.

올 한해 내내 벼랑에 매달려 외줄만 탔는데, 마지막 달이 되어서야 이러다 다 죽는다는 판단이 섰다. 나도 모르게 썼던 눈가리개를 벗었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운신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다. 코로나 덕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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